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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기록/아름다운 우리나라 여행기

방구석 여행_ 2014 안동 ; 둘째 날3 (핸즈커피,하회별신굿, 월영교)

배부르게 한우도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안동역 근처 숙소로 돌아왔다.
땀을 잔뜩 흘린 우리는
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국룰에 따라 싹 씻고
잠시 누워 뒹굴뒹굴 거리고 있었다.
금새 정신을 차리고 월영교로 향했다.
여름에는 토요일에 월영교 개목나루터에서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있었다.
탈놀이 시간에 맞춰 월영교로 갔다.
아직 시간도 남았고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에 민속박물관에 들어갔다.

민속박물관을 관람하고 나와도 공연까지 시간이 남아
월영교를 산책하고 다시 건너와 핸즈커피로 들어갔다.
나는 아이스커피를 함께 갔던 친구는 스무디를 주문했다.
원래 계획은 까치나무집에서 헛제사밥을 먹고 월영교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 집은 굳이 돈주고 헛제사밥을 사먹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 조상님 제사, 시제, 한식 제사까지 다 지내면서
제사 음식을 돈주고 사먹는 것을 생각도 안했는데 굳이 여행까지 와서
더 맛있는 것을 먹지, 차라리 간고등어를 먹지, 하며
저녁밥은 생략했다.
그렇게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며 핸즈커피에 그냥 앉아서 음료를 마시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득 유럽배낭여행도 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예전부터 그 해 말에 직장 계약기간이 끝나면
적금을 깨고 유럽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서로의 유럽 여행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 나누면서
지금 여름은 우리나라 전통을 찾아서 여행하고 있으니까
겨울에는 파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 떠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우리는 진짜로 겨울에 유럽으로 떠났다.

시간이 다 되어 기대했던 탈놀이를 보러 갔다.
산대놀이가 전승되어 온 지역에서 중학교까지 다녀서
가끔 토요일이면 수업을 마치고(라떼는 놀토가 없었지롱)
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산대놀이를 봤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동방신기의 노래가,
중학교 축제에 온 지방대 밴드 언니오빠들의 노래가
더 좋았었는데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내용들.
부정한 부녀자와 승려, 글은 알지만 세태는 모르는 선비,
신분 상승만 했지 무식함으로 무장한 양반까지
교과서와 시험문제로 접했던 대사들을
그대로 들을 수 있었다.
직접 보니 글로 봤을 때와는 또 달리
풍자와 해학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사서삼경 나는 오서육경"
이 말에도 교과서와 시험 문제의 지문으로 만났을 때는
그냥 '정답! 언어유희' 여기까지였는데
직접 탈놀이로 보니 깔깔거리며 웃기 바빴다.
탈춤을 보러 엄빠를 따라 온 우리 꼬꼬마 친구들은
무섭다며 울기 바빴다.
그리고 또 하나. 생각보다 야했다.
어느새 나도 친구도 우리의 장단과 가락에 함께
어깨 춤을 추고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배움의 즐거움이랄까. 나이가 들고 있는 것인가.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탈놀이가 끝난 뒤 월영교에 불이 켜졌다.
셀카도 찍었다.
내 얼굴은 여전히 달처럼 둥그렇다.
지금도 둥그렇다.
살을 빼도 둥그렇다.
살이 쪄도 둥그렇다.

점심을 잘 먹은 덕에 저녁밥을 먹지 않아
뭔가 허기진 느낌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 구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야식으로 떡볶이까지 나름 완벽한 하루였다.
역시 야식은 떡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