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모든 열정을 다해서 수업과 교실 세팅을 하고 퇴근한 수정.
사실 이번주는 교실세팅 주간이라 쓰고 방학 혹은 휴가라 읽는 주간이다.
하지만 열정맨 수정은 어제도 출근 오늘도 출근...
그리고 내일도 출근 예정으로 교실 세팅을 이렇게 바꿨다 저렇게 바꿨다 고민과 실행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나도 휴가를 즐기러 떠나고 싶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데도 갈 수 없다.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대한 공포.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유는 돈이 읎음.
그래서 오늘도 퇴근길에 예전 여행 사진을 보며 집으로 돌아와 컵누들을 먹으면서 방구석 여행을 하고 있다.
세상 열정맨 수정은 겨울휴가를 선물받게 된다.
추운 겨울 어디를 가야 잘 다녀왔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고민 끝에
아무 생각 없이 동서울 터미널로 갔다.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어디로 떠날까 다시 또 고민을 하다가
가장 빨리 출발하는 곳을 가기로 했다.
그곳은 바로 통영이었다.
통영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을 벗어났다.
버스에 앉아서 세상 불편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휴게소였다.
내리기 귀찮아서 그냥 계속 잤다.
원래 계획은 가볍게 1박2일이었기에 가족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떠났었다.
막상 자고 일어나도 버스 안이었던 현실에 갑자기 겁이 났다.
우선 가족 단톡방에 통영행 버스표를 찍어 올린 후 여행 중임을 알렸다.
그리고 숙소가 걱정되었다. 통영에 가서는 뭘하지..?
폭풍 검색 끝에 '슬로비게스트하우스'에 1일 예약을 했다.
운 좋게도 도미토리에 자리가 있어 예약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도착하면 뭘 하지 하다가 루지를 타기로 했다.
띠로리... 통영으로 들어왔는데... 그런데.... 괜히 라떼를 마시고 화장실도 안갔나....
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왜 터미널이 안보이지? 왜 터미널에 도착한 것 같은데 내리고 싶다.
아. 갑자기 그때 그 식은 땀이 생각났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다.
평화를 되찾은 후 루지를 타러 가자니 시간이 애매했다.
그래서 동피랑 마을로 갔다. 동피랑 마을에 가서 걸었다.
풍경은 버스에서 검색하면서 봤던 블로그 글들과 똑같았다. 그래서 사진도 찍지 않았다.
배가 고팠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시장에서 떡볶이를 사먹었다.
떡볶이 1인분과 굴튀김 5천원어치.
역시 굴튀김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났다.
갑자기 배가 불러 굴튀김을 포장해서 숙소로 갔다.
슬로비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정말 정말 운이 좋게 이날 도미토리에는 나 혼자였다.
다음 날 어디를 갈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연화도에 가보고 싶었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서 여자 혼자 섬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연대도를 추천해주셨다.
배시간에 맞춰 섬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금방 다시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사장님의 추천에 연대도에 가기로 하고 즉흥적으로 하루 숙박을 더 하기로 했다.
숙박비에 만원을 더 내고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시간을 가졌다.
사장님께서 순대와 족발, 그리고 회 등 먹을거리를 준비해주셨다.
술을 기분좋을 만큼만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슬로비게스트하우스는 조식이 제공되는 곳이었는데,
이모님께서 직접 요리하신 밥과 반찬을 개인 접시에 담아 먹었다.
이모님께서 따뜻한 국을 퍼주셨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이모님께서는 (여자들을 모두 같은 호칭으로 부르시는 듯 했다) 내게 공주라고 불러주셨다.
본인을 여왕이라고 했던 우리 엄마도 나한테 공주라고 안했었는데 부끄러우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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